매일춘추-강제휴가에서 배운 것들
분통터지는 일이었다. 견딜수 없는 두통에 찾은 의사로부터 재벌 회장들에게나 해당되는 줄 알았던 병명을 통고받은 것까지는 그래도 참을만 했다.
문제는 시점이었다. 큰 공연을 눈 앞에 두고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판에 열흘 입원이라니. 진통제를 맞아서라도 며칠간만 더 버틸 작정이었지만 결국 몸을 이기는 정신이란 없었다. 이렇게 내 열흘간의 강제 휴가는 시작되었다.
불치병을 선고받는 환자의 반응이 처음의 부정과 분노에서 차츰 안정과 수용의 단계로 옮겨간다고 하던가? 군입대 때보다 짧게 깎은 머리에 호스가 꽂히고 링거주사가 운신의 자유를 제한하게되면서부터 이 강제 휴가가 내게 부정적인 의미만을 갖는게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. IMF시대를 살아가는 누군들 예외일 수 있겠는가 마는 나 역시 앞만보고 일 중독자처럼 살아가는데 익숙해져 있었다.
문화사업을 한답시고 밖으로는 '일상으로부터의 휴가'니 '재충전의 여유'를 강변해 왔지만 정작 나 자신을 위한 휴식시간을 갖는데는 소홀했던 것이다.
결국 다시 분통터지는 일이다. 재충전의 여유를 주사약 냄새 진동하는 병실에 누워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렇고 극장에서건 농구 경기장에서건 퇴원후엔 무엇보다 먼저 나 자신만을 위한 넉넉한 시간을 갖겠다는 '때늦은'결심이 그렇다.
옆에서 지켜보던 간호사가 흥분하면 해롭다고 주의를 준다. 하지만 건강과 신의-내 삶의 두신조만큼은 지켜야 겠다는 생각에 병상에서 이 글을 띄운다. 1.2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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