매일춘추-그래도 막은 오른다
연극 판엔 `그래도 막은 오른다'라는 말과 함께 몇 가지 전설 아닌 전설이 전해온다.
80년대 중반유리겔라가 내한해 초능력 쇼를 펼칠 때다.
그 쇼와 공연시간이 같아 모두들 긴장한 상태에서 막이 올랐는데 정말 초능력 때문인지 우연인지 연극 공연 도중 퓨즈가 나가 버렸다. 미처 보조퓨즈를 준비하지 못해 당황했었던 스태프들. 그중 한명이 용감하게 고무장갑을 끼고 퓨즈 대신 쇠 젓가락을 대고서 남은 공연을 무사히 마친 적이 있었다.
또 한번은 `들소'의 공연을 이틀 앞두고 조연급 배역을 맡은 후배가 부친상을 당하게 되었다. 상주인 후배에게 그래도 막은 올라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. 포스터, 팸플릿까지 다나온 상태라 공연을 연기하기는 힘들었고 공연을 포기하기에는 두 달간 흘린 땀이 너무 아까웠다.
방법은 하나. 이틀만에 조연을 하나 만들어 내는 방법밖에 없었다. 이틀밤을 꼬박 새며 대본을 외우고 무대에 올랐다. 연기가 다소 어색하다는 평을 받긴 했지만 공연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.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이 두 사건 다 `무대포 정신'의 승리였다.
`그래도 막은 오른다'. 대충대충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대위의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준비하는 과정의 어려움에 대한 선배들의 충고이자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격려였던 것 같다.
아직 어떤 불상사 때문에 공연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것을 보면 후배들도 `그래도막은 오른다'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나 보다.
(최원준/공연기획자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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